본문 바로가기
일기

2022.01.06 엄마와 영혼을 나눈 3번의 인생대화

by allreview 2022. 1. 7.
반응형

아무리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엄마는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 

숨을 못쉬겠다. 

 

지금은 같이 살고 있지만, 고등학교때 기숙사로 나간이후 엄마랑 같이 살기회가 별로 없었고,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수 없었다. 

 

시대도 다르고, 요즘처럼 섬세하게 아이를 키우는 시대가 아니었기는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듯이 엄마는 나에게도 가장 똑똑하고, 사랑해주고, 다정한 세상의 전부였다.

그렇게 착각하고, 세뇌되어거 30살 넘게 그렇게 살았다. 

 

누구나 다 특별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영혼을 지녔으니, 엄마만은 알아주기를 바란다. 

나도 그랬고, 나도 만만하고 쉬운 딸은 아니어서 부채감이 항상 있었다. 

나만의 특별한 영혼을 나누고 공감해주기를 바랬으나, 엄마는 인생에서  그런 대화를 나와 나눈일이 3번정도 되는 것 같다. 

 

첫번째 기억은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팔랑팔랑 뛰어다니던 초등학생때였다. 

저녁을 넘은 밤에 엄마가 단 둘이서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앞에  빼곡이 적은 엄마의 일기장을 꺼내 놓았다. 

엄마는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어려운 일이니까 너는 안했으면 좋겠다. 

엄마도 이렇게 글쓰는 것이 좋고,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실패했다며...

 

ㅋㅎㅎㅎㅎ  그때 엄마의 나이가 지금의 내나이 쯤인40대   초반인것을 생각하니 ㅋㅋㅋㅋ

더 이해하기가 힘들다. 10살 무렵의 아이에게  너의 꿈을 접어라가 

내기억속에 처음 엄마와 나눈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두번째는 고등학생때 쯤이었는데. 훌쩍 커버린 딸에게 성교육을 해주고 싶으셨나보다. 

다림질을 하다가 뜬금없이 성폭행 당할위기에서, 목숨에 위험한 짓을 하지말고,

차라리 성폭행을 당하라는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성교육이지만, 그나마 이해는간다. 

생각도 다르고 이해도다르고 다 달랐던 90년대 초반이었으니까. 

어쩌면 그것이 엄마의 고민의 깊이였을테니까. 

 

마지막은 내가 20대중반이되어서 옥탑방에 살때였다. 

대학을 다니면서 온갖 고생을 하고 일을 시작할 무렵이었는데.

더 나이들기 전에 삭발을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말을 동생이 전했었나보다.

이미 사이가 틀어질대로 틀어진 우리는 서로 안보는 사이였는데,, 엄마가 사정사정해서 만났더니 

사는게 힘드냐며 물어보시더라, 

아마 내가 자살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하셨나보다. 

 

알고 있다고, 그래도 나를 아끼고 걱정하고 하는 엄마라고 이해해보라고,

나를 다독여 보는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를 걱정하는 것은 안다. 마치 내 걱정에 걱정은 보태 눈덩이를 만들듯이 걱정한다. 

엄마의 사랑은 걱정뿐이었다. 

 

고등학생때 친구 부모님이 부모만 잘만났으면 잘될텐데 이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었다. 

친구가 그말을 전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성실하지 않아도 성적도 괜찮았던나는 

공부 못하는 친구가 그런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몹시 기분이 나빴다. 

몇년전에야 문득 그때일이 떠올랐다. 

그냥 기억만으로도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잘못된것은 아니었어 ㅋㅋㅋ

사람이란 참 간사하다. 내기억속에 수많은 불리한 증거들이 많을 텐데.....

 

지금은 코로나로 잠깐이 길어져 2년을 같이 살고 있는데 숨을 못쉬겠다. 

세상에 무식한 부모도 있고, 가난한 부모도 있다. 

모르는 것도 아니고, 모든것이 부모탓도 아닌 줄 알지만 

내 영혼은 묶인것 처럼 조여온다. 

 

그나마 지금이 조금 나은 것은, 엄마가 어떤사람인지 이해하기 시작했다는것

그로인해 부채감을 조금 덜었다는 것, 

내 세상은 내것이라는 것, 

 

--- 내가 왜 이런 것을 기록하기로 했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냥 나에게서 덜어서 내려놓고 싶어서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