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양이에 관한 유명한 시를 가져온 것입니다. 문신이라는 시는 원래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고양이가 비싼 가구에 낸 발톱 자국이 원망스러워 담아왔었습니다.
그때는 우리의 삶이 영원할 것만 같고 의미없이 사라져 버리는 매일이 영원처럼 느껴졌습니다.
막연하게 그날이 오면 슬프겠지, 그러니까 오늘은 봐줄게 하면서 옮겨온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우리의 그 끝, 그 상실감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논리도 아니고, 인과도 아니고, 순리도 아닙니다. 어떤 법칙을 가져와도 절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것입니다.
이제는 고양이는 가고, 가구만 남았습니다. 가구를 상처내던 그날을 기억하며,
지금은 고마워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14년 블로그에 쓴 글을 옮겨왔습니다.
고양이를 소재로한 시 두 편
고양이를 소재로 한 시 두편을 더 소개합니다.
문신 / 조정인
고양이와 할머니가 살았다.
고양이를 먼저 보내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고양이는 셀 수 없는 발톱 자국을 두고 갔다
발톱이 그린 무늬의 중심부는 거칠게 패었다
말해질 수 없는 비문으로
할머니는 그 자리를 오래,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는 했다
하느님은 묵묵히 할머니의 남은 5년을 위해
그곳에 당신의 형상을 새겼던 거다
고독의 다른 이름은 하느님이기에
고양이를 보내고 할머니는 하느님과 살았던 거다
독거, 아니었다
식탁은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다
식탁은 침묵의 다른 이름이었다.
고양이 물그릇에 손끝 담그기 / 조정인
하느님의 날개는 너무 커서, 인간의 창문으로 들어오지 못해 슬프다
(그래서 내 창문으로 고양이 한 마리를 들여보내셨다)
고양이는 날개를 숨기고 내 등뒤에서 잠들었다 몸을 돌려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잠들어서도 고르고르고르...... 대답해주는 걸 잊지 않는다
발가락을 쪽 펴고 배를 길게 늘이고 몸을 젖히고, 그러고는
여전히 곤하다 등뼈와 가슴뼈에 엄지와 장지를 대고 훑어내렸다
아랫배에 이르기까지 훑었다 또 한번 골골, 고르고르......
고양이는 작고 따스한 악기
내가 유일하게 연주할 수 있는 손끝의 악기
고양이의 작은 하늘을 나눠덮고 고양이 등뒤에서 잠들어야지
내 회색빛 하느님의 슬픔을 정답게 나눠써야지 하현달처럼
얇은, 흰 비누조각을 나눠쓰듯 사발에 담긴 찬물 같은 이 슬픔
되도록이면 아껴써야지 서로 손끝을 담그며
키득키득, 조그만 천국인 양
#애완·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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