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나무가지치기

by allreview 2022. 5. 29.
반응형

마당에 해마다 꽃을 가득 피우는 분홍색 동백나무가 한그루 있다. 이사왔을때부터, 동그랗게 잘 가꿔져 있었던, 손질만 간간히 해주면 되던 그런 나무였다. 

오후에 나가보니 저렇게 잘라 놓았다. 닿지도 않아서 사다리 까지 놓고 올라가서 잘랐는지 사다리도 나와있고, 처참하기 짝이없었다. 동백나무는 사철 잎을 달고 있는나무라서, 꽃이 졌을뿐 파랗던 나무를 이렇게 앙상하게 잘라놨다. 

나는 엄마가 화라도 난줄 알았다. 속상한일이나 화가 치미는 일이라도 있어서 나무를 다 잘라냈나 싶어서 가슴이 서늘한느낌이 들었다. 나는 일상적으로 항상 엄마한테 화가 나있으므로 화난듯이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왜 나무는 다 잘라냈느냐고,

전지를 한것이라고 한다. 나무를 키우려면 나무의 가지를 잘라주기도 해야한다. 수형도 잡고, 너무 많이 생겨난 가지도 정리해주고 하기는 해야 한다. 사철 푸른나무를 저렇게 전정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슴속에 슬픔과 답답한 간지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엄마는 나를, 우리 형제를 이렇게 키웠다.  

그날 기분이나, 심시하면 잘되라고 저렇게 앙상하게 잘라내는 식으로. 

대학때 내가 집에서 나가 연락하지 않고 학교를 스스로 다닌적이 있었다. 다음학기가 다가오자 등록금이 걱정되었다. 내심 기대했다. 등록금은 내야하니까. 연락해주겠지, 부모님이랑 화해하고 다시 잘 지내지는 못하더라도 연락은 하며 살게 되겠지 기대했었다.  개강을하고 한참지나서도 아무 연락도 없었다. 

결국은 학자금대출을 받아서 친구네를 전전하다, 온갖고생도 하고, 그 학기를 마쳤던것 같다. 정말 오갈데도 없어서 학교에서 자기도 하고, 디자인 학부를 다니면서 내 컴퓨터가 없어서 보통 고생했던것이 아니었다. 

지나서 이 나이가 되고, 평생 처음으로 엄마랑 2년간 살아보니 그때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저 나무처럼 키웠던 거다. 평소에 관심이 없을때는 존재도 있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잘라버리는 것, 그렇게 우릴 대했다.  

그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첫학기는 정말 밥도 굶고, 차비도 없고, 면접을 볼래도 전화기는 요금을 못내서 항상 끊겨 있었다. 나는 하필 그해에 과대표라서 할일은 또 엄청많고, 항상 명랑하게 지냈다. 아마 20대가 아니면 할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학생치고는 보수가 괜찮은 아르바이트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무던히도 멍청한 스타일이라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하면서 성실하게 지내면 좋으련만, 그냥 아무 생각없이 지냈다. 뭐라도 집중하고는 싶었고,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밤새 회사일에, 학교 과제에 놀기도 해야하고 점점 더 구렁텅이로 빠져갔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연락을 해왔다.  어떤 마음으로 그때 엄마를 만나러갔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만나기 싫었는데, 만났던거 같기도 하고 그랬다. 사실 그때즈음 일이나, 어린시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음이 아파서 기억을 지운것 같기도 하고 몇년전 너무 우울했던 이후로 잘 기억이 안나는 것 같기도 한다. 

우울은 기억을 지운다. 기억이 희미하면 우울도 희미해 지니깐. 

그 이후로 조금씩 엄마랑 자주 연락도 하고, 엄마가 결국 방도 하나 얻어주고 했었지만, 나에게 맞춰준것 같지는 않다. 그때나는 미웠던 감정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도와주는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었고, 나스스로를 까다로운 딸로 생각했었다. 지나고 나니, 엄마는 하나도 급하지 않았고, 엄마 스케줄에 맞춰서 , 본인 마음 편한 정도로 살았다. 

그 이후로 대학 내내 생활비도 받았다. 15만원,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부족하지 않은 달이 없었다. 

저 나무를 보고, 무덤덤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 온갖설움이 다 몰려온다. 나는 평생을 편안한 적이 없었다. 기억도 안나는 어린날부터 부모님은 항상 싸우고 있었고, 중학생때부터 나와살기 시작해서, 고등학교 기숙사에 나온 후로 집에 들어가서 산적이 없었다.  

엄마가해주는 건강관리나, 공부나 편안한 집이나, 보호받거나 관리받거나 편안히 지낸적이 없다. 침대는 항상 있었다 없었다 했고, 세탁기는 항상 없었고, 이제는 물가가 저렴한 나라를 따라서 여행을 다니니 뜨거운물로 샤워만 해도 감지덕지한 지경이 되었다. 

반응형